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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저는 장아찌를 그렇게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어요. 젊었을 때는 "이게 뭐가 맛있다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요즘 밥상에 고추장아찌 하나만 올라가도 밥 한 공기가 뚝딱 들어가더라고요.
나이 들면서 입맛이 바뀐다는 게 이런 거구나 싶어요.
고추장아찌를 담그게 된 계기
작년 추석 때였어요. 시어머니 댁에 갔다가 밥상에 올라온 고추장아찌를 먹었는데, 그 맛이 정말 일품이더라고요. 매콤하면서도 아삭하고, 감칠맛이 입안에 쫙 퍼지는 게... "어머니, 이거 어떻게 만드세요?"라고 물어봤죠.
시어머니께서 웃으시면서 "네가 이제 나이가 들었나 보구나. 예전에는 안 먹더니" 하시더라고요. 그날 주방에서 한참을 배웠어요. 메모도 하고, 사진도 찍고요.
돌아와서 바로 만들어봤는데... 첫 번째는 실패했어요. 고추가 너무 물러져서 아삭한 맛이 없더라고요. 시어머니께 다시 전화드려서 여쭤보니 제가 놓친 부분이 있었어요.
고추장아찌, 제대로 알고 시작하기
고추장아찌는 풋고추나 청양고추를 간장 양념에 절여 만드는 전통 밑반찬이에요. 장아찌의 핵심은 **'삼투압'**이에요. 소금기나 간장이 고추 속으로 천천히 스며들면서 수분은 빠져나가고, 그 자리를 양념이 채우는 원리죠.
그래서 시간이 지날수록 맛이 깊어지는 거예요.
보통 3일 정도면 먹을 수 있지만, 일주일 정도 숙성시키면 훨씬 맛있어요. 저는 한 달 정도 두고 먹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감칠맛이 더 진해지더라고요.
재료 준비 (냉장고 반찬통 기준)
주재료
- 풋고추 500g (청양고추로 해도 돼요)
- 깨끗한 유리병이나 밀폐용기
장아찌 간장 만들기
- 진간장 1컵 (200ml)
- 식초 1컵
- 설탕 1컵
- 물 1컵
- 청양고추 2-3개 (더 매운 걸 원하시면)
- 통마늘 5-6알
- 생강 한 톨 (엄지손가락 크기)
시어머니가 알려주신 황금비율이에요. 1:1:1:1 비율이라 외우기도 쉽죠? 저는 처음에 설탕이 많다고 생각해서 줄였다가 맛이 이상했어요. 꼭 이 비율 지켜주세요!
실패 없는 고추장아찌 만드는 법
1. 고추 손질하기
고추는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어주세요. 저는 식초 물에 한 번 담갔다가 헹궈요. 농약 걱정도 덜고, 더 아삭한 느낌이 드는 것 같아요.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
고추를 완전히 말려주세요. 물기가 조금이라도 남아있으면 나중에 물러지거나 곰팡이가 생길 수 있어요. 저는 키친타월로 한 개씩 닦아주고, 채반에 올려서 30분 정도 말려요.
꼭지는 따지 마시고 그대로 두세요. 꼭지를 따면 그 부분으로 간장이 너무 빨리 스며들어서 물러질 수 있어요.
고추에 이쑤시개로 3-4군데 구멍을 뚫어주세요. 이게 시어머니가 알려주신 비법이에요. 구멍을 뚫어야 간장이 골고루 배고, 발효도 잘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2. 장아찌 간장 만들기
냄비에 진간장, 식초, 설탕, 물을 넣고 중불에서 끓여주세요. 설탕이 완전히 녹고, 한소끔 팔팔 끓으면 불을 꺼요.
여기에 통마늘(껍질 까서), 청양고추(어슷썰기), 생강(편으로 썰기)을 넣어주세요. 그리고 완전히 식혀야 해요!
저는 첫 번째 만들 때 뜨거운 상태로 부어서 고추가 다 익어버렸어요. 꼭 식혀주세요. 급하면 냄비를 찬물에 담가서 식혀도 돼요.
3. 고추와 간장 만나게 하기
소독한 유리병이나 용기에 고추를 담아주세요. 저는 열탕 소독한 유리병을 사용해요. 끓는 물에 10분 정도 담갔다가 완전히 말려서 써요.
완전히 식은 간장을 고추가 잠길 만큼 부어주세요. 고추가 둥둥 뜨면 안 되니까, 위에 무게 있는 걸 눌러주면 좋아요. 저는 작은 접시를 올려놔요.
뚜껑 닫고 실온에서 하루, 그다음은 냉장고로!
4. 숙성의 마법
3일 정도면 먹을 수 있어요. 하지만 일주일은 기다려주세요. 일주일 후부터 진짜 맛있어요. 매운맛은 조금 순해지고, 감칠맛이 올라오거든요.
저는 보통 한 달 정도 두고 먹어요. 냉장고에 넣어두면 몇 달도 괜찮아요.
먹을 때 이렇게 드세요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제가 자주 하는 방법 몇 가지 알려드릴게요.
1. 참기름 한 방울
고추장아찌 건져서 참기름 살짝 두르고, 통깨 뿌려주세요. 완전 별미예요.
2. 고추장아찌 무침
고추장아찌 썰어서 양파, 대파 넣고 고춧가루, 참기름, 깨로 무쳐주세요. 밥도둑이에요.
3. 김밥이나 샌드위치에
김밥 쌀 때 단무지 대신 넣어보세요. 매콤하니 진짜 맛있어요. 샌드위치에 넣어도 피클 느낌이 나요.
실패 노하우 공유해요
제가 실패하면서 배운 거 알려드릴게요.
고추가 물렁해졌어요
→ 간장이 뜨거울 때 부으셨거나, 고추에 물기가 남아있었을 거예요. 처음부터 다시 하시는 게 나아요.
곰팡이가 생겼어요
→ 용기 소독이 안 됐거나, 고추가 간장에 잠기지 않았을 거예요. 곰팡이 생긴 건 아깝지만 버려야 해요.
너무 짜요
→ 물로 한 번 헹궈서 드세요. 다음번엔 진간장 대신 국간장을 반반 섞어서 만들어보세요.
너무 시어요
→ 식초가 많이 들어간 거예요. 다음번엔 식초를 3/4컵 정도만 넣어보세요.
마치며
시어머니께 배운 이 레시피로 이제 저도 남편한테 "엄마 장아찌 맛이 난다"는 말을 들어요. 처음엔 그냥 "맛있다"는 말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 생각해 보니 그게 최고의 칭찬이더라고요.
장아찌 담그는 게 어려워 보이지만, 한 번만 만들어보시면 생각보다 간단하다는 걸 아실 거예요. 저희 딸아이도 이제는 "엄마 고추장아찌 있어?" 하면서 찾아요. 아이들도 매운 거 적응하면 잘 먹더라고요.
요즘처럼 물가 오를 때, 밑반찬 하나 직접 만들어 먹으면 경제적이기도 하고, 뭔가 뿌듯하기도 해요.
여러분도 꼭 한번 만들어보세요. 실패하시면 댓글 남겨주세요. 제가 시어머니께 다시 여쭤볼게요!
오늘도 우리 모두 맛있는 밥 먹어요.
고추장아찌 만드는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