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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남편 생일이었어요. 매년 미역국 끓여줬는데, 올해는 뭔가 특별한 걸 해주고 싶더라고요.
요즘 남편이 회사 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것 같아서요. 그래서 생각한 게 전복죽이었어요.
근데 솔직히 말씀드리면... 전복죽은 밖에서 사 먹는 거라고만 생각했어요.
한 그릇에 만 오천 원씩 하는 걸 집에서 만들 생각을 못 했던 거죠.
그런데 시장 가서 전복 가격 보니까 생각보다 괜찮더라고요. 중간 크기 5마리에 만 원!
"이 정도면 해볼 만하겠다" 싶어서 바로 도전했어요.
전복죽을 만들기로 결심한 날
사실 처음에는 많이 망설였어요. 유튜브 보면서 "이거 너무 어려운 거 아냐?" 했거든요. 근데 댓글 보니까 "생각보다 쉬워요", "초보도 가능해요" 이런 말이 많더라고요.
그날 저녁, 남편한테 몰래 만들어서 상 차려줬어요. 남편이 한 숟가락 떠먹더니 눈이 커지는 거예요. "이거 진짜 네가 만든 거 맞아?"
그 한마디에 그동안의 고생이 다 날아갔어요. 아이들도 "엄마 맛있어!" 하면서 한 그릇씩 뚝딱 비우더라고요.
전복죽, 왜 특별할까요?
전복은 예로부터 보양식으로 유명해요. 단백질이 풍부하고, 타우린 성분이 많아서 피로 해소에 좋다고 하더라고요. 특히 수술하고 나서나, 몸이 약할 때 먹으면 좋대요.
죽이라는 음식 자체가 소화가 잘 되잖아요. 전복의 영양분과 쌀의 부드러움이 만나면, 위에 부담 없이 영양을 채울 수 있는 거죠. 그래서 병원에서 환자식으로도 많이 나온다고 해요.
저희 큰아이가 작년에 장염 걸렸을 때도 회복식으로 전복죽 먹였더니 금방 좋아지더라고요.
그때부터 우리 집 특급 보양식이 됐어요.
재료 준비 (2-3인분 기준)
주재료
- 전복 5마리 (중간 크기, 손바닥만 한 것)
- 불린 쌀 1컵 (200ml 계량컵 기준)
- 참기름 3큰술
- 들기름 1큰술 (있으면 넣으세요, 없어도 돼요)
부재료
- 다진 마늘 1큰술
- 국간장 1큰술
- 소금 약간
- 물 5-6컵 (농도 조절)
- 김 약간 (마지막에 고명용)
쌀은 미리 30분 이상 불려주세요. 저는 전날 밤에 불려놓고 아침에 끓여요. 불린 쌀로 만들면 훨씬 부드럽고 빨리 익어요.
전복은 시장에서 사면 손질해주는 곳도 많아요. 처음이시면 손질해 달라고 하세요. 저도 처음엔 그렇게 했어요.
실패 없는 전복죽 끓이는 법
1. 전복 손질하기
전복 손질이 제일 어려워 보이는데, 막상 해보면 괜찮아요.
먼저 솔로 전복 껍데기를 깨끗이 문질러주세요. 미끈미끈한 게 다 빠져야 해요. 흐르는 물에 여러 번 씻어주시고요.
숟가락을 전복과 껍데기 사이에 넣고 쭉 밀어주면 쉽게 분리돼요. 처음엔 조심조심하다가 두 번째부터는 자신감 생겨요.
내장 제거가 중요해요!
전복 뒤쪽에 검은색이나 초록색 내장이 있어요. 이거 안 빼면 씁쓸한 맛이 나요.
칼로 살살 긁어내거나, 손으로 떼어내면 돼요.
입 부분(딱딱한 부분)도 잘라내 주세요. 이쑤시개로 쿡 찔러보면 딱딱한 게 느껴져요. 그 부분은 질겨서 안 먹어요.
깨끗해진 전복은 흐르는 물에 한 번 더 헹궈주세요.
2. 전복 썰기의 비밀
전복을 어떻게 써느냐에 따라 식감이 완전 달라져요.
전복 4마리는 얇게 슬라이스해주세요. 2-3mm 정도로요. 이게 죽에 들어가는 부분이에요.
나머지 1마리는 큼직하게 썰어서 마지막에 고명으로 올릴 거예요. 한입 크기로 먹기 좋게요.
저는 처음에 다 잘게 썰었다가 남편한테 "전복 맛이 잘 안 나는데?"라는 말을 들었어요.
큼직한 고명용을 남겨두는 게 포인트예요!
전복 내장 중에서 주황색 알 부분은 버리지 마세요. 이것도 같이 넣으면 풍미가 훨씬 좋아져요.
3. 쌀 볶기 - 이게 핵심이에요
냄비에 참기름 2큰술을 두르고 중불로 달궈주세요.
물기 뺀 쌀을 넣고 3-4분 정도 볶아주세요. 쌀이 반투명해지고 고소한 냄새가 나면 OK!
여기서 슬라이스한 전복을 넣고 1-2분 더 볶아주세요. 전복에서 향이 올라오면서 쌀에 배는 게 느껴져요.
다진 마늘도 이때 같이 넣어주세요. 마늘향이 확 올라와요.
이 볶는 과정이 진짜 중요해요.
처음에 저는 귀찮아서 그냥 물 붓고 끓였더니 밍밍하더라고요. 볶아야 고소하고 깊은 맛이 나요.
4. 물 붓고 끓이기
볶은 쌀에 물 5컵을 붓고 센 불로 올려주세요.
끓기 시작하면 중약불로 줄이고, 나무 주걱으로 자주 저어주세요. 쌀이 눌어붙으면 쓴맛이 나거든요.
국간장 1큰술을 넣어주세요. 색도 예쁘게 나고, 간도 잘 맞아요.
15-20분 정도 끓이면서 계속 저어주세요. 쌀알이 퍼지면서 걸쭉해지는 게 보일 거예요.
농도 체크하는 법
주걱으로 저었을 때 자국이 천천히 사라지면 딱 좋은 농도예요. 너무 되직하면 물 조금 더 넣으시고, 묽으면 좀 더 끓여주세요.
5. 마무리의 기술
불을 끄기 1분 전에 들기름 1큰술을 넣어주세요. 윤기도 나고 고소함이 배가 돼요.
소금으로 간을 맞춰주세요. 국간장을 넣었으니까 소금은 살짝만요. 저는 한 꼬집 정도 넣어요.
큼직하게 썰어둔 전복을 마지막에 넣고 30초만 더 끓여주세요. 너무 오래 끓이면 질겨져요.
6. 예쁘게 담기
뜨거울 때 그릇에 담아주세요.
가운데에 큼직한 전복 고명을 올리고, 참기름 살짝 둘러주세요.
김 잘게 부숴서 뿌려주면 완성!
저는 여기에 깨소금도 살짝 뿌려요. 고소함이 한층 더해져요.
전복죽 더 맛있게 먹는 팁
1. 전복 껍데기 활용
전복 껍데기 버리지 마세요! 깨끗이 씻어서 물 끓일 때 같이 넣으면 전복 향이 더 진하게 나요. 다 끓이고 나서 껍데기만 건져내면 돼요.
2. 야채 추가
당근이나 애호박 다져서 넣으면 영양도 좋고 색감도 예뻐요. 저희 아이들은 채소 안 좋아하는데 죽에 넣으면 잘 먹더라고요.
3. 전복 내장으로 소스
주황색 전복알로 간장 소스 만들어보세요. 알+간장+참기름+다진 마늘 섞으면 끝! 죽에 찍어 먹으면 별미예요.
실패 경험담 공유해요
전복이 질겨요
→ 너무 오래 끓였거나, 센 불에서 끓인 거예요. 전복은 마지막에 살짝만 데치듯이 익혀야 해요.
죽이 너무 묽어요
→ 물을 너무 많이 넣었거나, 쌀을 덜 볶은 거예요. 계속 저으면서 더 끓이면 농도가 맞춰져요.
전복 비린내가 나요
→ 손질할 때 내장을 제대로 안 빼낸 거예요. 검은 부분이나 초록 부분은 꼭 다 빼주세요.
맛이 밍밍해요
→ 참기름에 볶는 과정을 생략했거나, 전복을 너무 조금 넣은 거예요. 전복 양을 아끼지 마세요!
전복 고르는 법도 알려드릴게요
시장 가면 전복 크기별로 가격이 다르잖아요.
죽 끓일 때는 중간 크기가 딱 좋아요. 너무 크면 아까워서 마음이 아프고, 너무 작으면 손질하기 번거로워요.
살아있는 전복은 만지면 움찔움찔해요. 싱싱한지 꼭 확인하세요.
껍데기가 너무 깨끗한 건 오히려 이상해요. 자연산은 껍데기에 뭐가 좀 붙어있어요.
마치며
전복죽 한 번 끓여보시면 생각보다 간단하다는 걸 아실 거예요.
처음에 저도 "이거 호텔에서나 먹는 거 아니야?" 했는데, 직접 만들어 먹으니까 훨씬 정성스럽고 맛도 좋더라고요.
재료비도 밖에서 사 먹는 것보다 저렴하고요.
요즘처럼 환절기에 가족들 건강 챙기기 딱 좋은 메뉴예요. 특히 수험생 자녀 있으신 분들, 밤늦게까지 공부하는 아이한테 따뜻한 전복죽 한 그릇 끓여주시면 얼마나 좋을까요.
저희 남편은 그날 이후로 가끔 "여보, 그거... 전복죽?" 하면서 넌지시 말해요. 이제 우리 집 특별한 날 단골 메뉴가 됐어요.
여러분도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한번 끓여보세요. 맛도 맛이지만, 정성 담아 만든 한 그릇에 담긴 마음이 전해질 거예요.
전복죽 맛있게 끓이는 방법





























